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널 레이스 코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널은 1948년에 첫 개장한 이래 나스카, 포뮬러 원, FIA GT 시리즈 및 인디카, 현재는 IMSA 스포츠카 챔피언십 같은 유수의 모터스포츠 경기가 개최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서킷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국 로드 레이싱의 성지와도 같은 이 서킷에서 여러분들은 무사히 성지 순례를 마칠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널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녈의 전도. 1948년 첫 개장 이래로 여러 가지의 레이스가 개최되어 많은 명성을 얻은 서킷입니다.

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녈의 전도. 1948년 첫 개장 이래로 여러 가지의 레이스가 개최되어 많은 명성을 얻은 서킷입니다.

개요: 미국 모터스포츠의 살아있는 증인


왓킨스 글렌 인터네셔널, 애칭 '더 글렌'(The Glen)으로 불리는 이 서킷은 뉴욕 주의 왓킨스 글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서킷은 대중 매체의 출연이 적기는 하지만, 사실 미국의 레이싱 서킷 중에서 꽤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1961년부터 1980년까지 치러진 포뮬러 원 미국 그랑프리가 개최된 서킷이고, 그 외에도 미국에서 강력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트랜스-암(Trans-Am), 캔암(Can-Am)뿐만 아니라 나스카(NASCAR) 시리즈까지 현재 계속 개최 중인 서킷이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IMSA 내구 레이스의 정식 스케줄에 편입되어 2019년 기준 살렌즈 왓킨스 글렌 6시간 내구 레이스를 개최하는 서킷이기도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의 레이싱 팬들 사이에서 왓킨스 글렌은 미국 레이싱의 메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왓킨스 글렌에서 사용되는 레이아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위 그림 기준으로 5번 아우터 루프(Outer Loop)를 지난 뒤 회색 직진 코스로 진행하는 숏 코스가 있습니다. 이는 1971년부터 추가된 레이아웃으로, 나스카 시리즈가 1986년에 왓킨스 글렌으로 복귀한 뒤 현재까지도 계속 나스카 시리즈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숏 코스의 레이아웃.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서도 수록된 코스로, 현재 나스카 시리즈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숏 코스의 레이아웃.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서도 수록된 코스로, 현재 나스카 시리즈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위의 사진대로의 롱 코스입니다. 아우터 루프를 지난 뒤, 츄트(Chute)를 지나, 6~9번 코너까지 이르는 추가 코스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구간 전체를 더 부트(The Boot)라고 칭합니다. 말 그대로 생김새가 부츠를 닯아 붙여진 이름인데, 1971년부터 포뮬러 원 대회를 위해 신설한 루트로, 최초 공개 후 1991년 시즌까지는 4번과 5번 사이에 있는 이너 루프(Inner Loop)가 없는 상태로 사용되어 오다가, 1992년부터는 후술할 안전상의 이유로 이너 루프 시케인을 설치하여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타팅 라인을 지나는 나스카 경주차들. 과거 포뮬러 원부터 현재의 나스카에 이르기까지 왓킨스 글렌은 미국 레이싱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서킷으로 여겨집니다.

스타팅 라인을 지나는 나스카 경주차들. 과거 포뮬러 원부터 현재의 나스카에 이르기까지 왓킨스 글렌은 미국 레이싱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서킷으로 여겨집니다.

역사: 미국의 상징적인 서킷이 되기까지의 변화


여느 서킷이 다 그렇듯이, 왓킨스 글렌의 레이아웃이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이 곳도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공공 도로였고, 세월이 지나 완전한 폐쇄형 서킷으로 발전한 형태였습니다.

1948년부터 4년간 사용된 왓킨스 글렌 서킷의 레이아웃. 보다시피 일반 공도를 공유하는, 사르트 서킷과 같은 개념의 서킷이었습니다.

1948년부터 4년간 사용된 왓킨스 글렌 서킷의 레이아웃. 보다시피 일반 공도를 공유하는, 사르트 서킷과 같은 개념의 서킷이었습니다.

1948년, 레이싱에 매우 열정이 강했던 카메론 아르제싱어(Cameron Argetsinger)는 지방 사무국과 SCCA(스포츠카 클럽 오브 아메리카, Sports Car Club of America, 현재 미국의 스포츠 카 레이싱을 주관하는 기관이며, 1944년에 창립함)의 허가를 받아 약 10.6km 길이의 서킷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현재의 레이아웃과는 전혀 연관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 모습이 달랐으며, 지방 공도를 이용하는 탓에 그 위험성도 매우 컸었죠. 결국 1952년 레이스에서 프레드 웨커(Fred Wacker)가 모는 차량이 당시 7살에 불과한 프랭크 파자리(Frank Fazzari)를 포함한 다수의 관중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장소를 현재의 세네카 호수(Seneca Lake)의 남부로 이동하여 완전한 서킷을 건설하게 됩니다. 그 이후, 4년간 개최되었던 초창기의 로드 코스는 왓킨스 글렌 그랑프리 코스, 1948-1952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국가적 명소로 지정되었습니다.

처음 건설된 왓킨스 글렌 서킷. 현재의 스타팅 라인이 있는 곳은 패스트 벤드와 더 90이라는 코너가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이 레이아웃은 1971년부터 롱 코스로 변경됩니다.

처음 건설된 왓킨스 글렌 서킷. 현재의 스타팅 라인이 있는 곳은 패스트 벤드와 더 90이라는 코너가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이 레이아웃은 1971년부터 롱 코스로 변경됩니다.

이후 완전한 폐쇄형 서킷으로 건설된 서킷은, 1956년에 완공되어 약 3.78km 구간의 코스로 시작되었고, 1956년부터 1970년까지 사용되어집니다. 이 코스의 레이아웃을 디자인한 사람은 항공기 엔지니어이자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윌리엄 F. 밀리켄 주니어(William F. Milliken Jr.)와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의 여러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건설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현재의 피트 스탑 및 스타팅 라인이 패스트 벤드(Fast Bend)와 더 90(The 90)이 있던 코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970년 이후, 글렌은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치게 되는데, 사진의 패스트 벤드가 사라지고, 이 곳에 현재 피트 스트레이트가 있는 직선 구간으로 대체됩니다. 1971년부터 새로운 레이아웃인 현재의 롱 코스로 경기가 치러지게 되나, 이 시즌에는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때문에 더 부트 구간은 달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971년 시즌만 숏 코스로 경기를 치뤘고, 피트 스탑과 피니시 라인도 구 코스에 있었던 그대로 사용하게 됩니다.

1972년부터 재대로 완성된 롱 코스가 사용되면서, 곧바로 미국 포뮬러 원 그랑프리 서킷으로서 사용됩니다. 새로운 레이아웃은 5.435km이고, 이제서야 제대로 된 더 부트 구간을 달리게 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후 이 롱 코스는 셀 수 없이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지만, 유일하게 나스카만 절대로 롱 코스를 사용하지 않고 숏 코스로만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이는 도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에어로를 사용하기 까다로운 나스카에서는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인데, 2015년에 도로를 전면적으로 재포장한 뒤에는 나스카도 더 부트 구간을 사용할지에 대해 검토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었으나, 현재까지도 여전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1991년까지 롱 코스가 사용되다가, 세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아우터 루프 직전에 새로이 이너 루프 시케인이 완성되었습니다. 우선 1989년 버드 앳 더 글렌(Bud at the Glen) 레이스에서 조프 보딘(Geoff Bodine)이 아우터 루프를 진입하기 직전에 타이어가 터져 그대로 직진해, 배리어에 그대로 정면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으며(다행이 사망하진 않았습니다), 1991년 IMSA 내구 레이스에서 토미 켄달(Tommy Kendall)이 모는 인트레피드 RM-1 프로토타입 경주차가 역시 같은 아우터 루프에서 사고가 발생, 그의 다리가 심각하게 부상당하는 일이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같은 1991년에 치러진 버드와이저 앳 더 글렌(Budweiser at the Glen)에서 나스카 윈스턴 컵(NASCAR Winston Cup) 드라이버였던 J.D. 맥더피(McDuffie)가 또다시 루프에서 사고가 발생,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코스 운영진들은 1992년에 아우터 루프 진입 직전에 시케인을 건설, 이너 루프가 탄생하게 됩니다.

1991년 버드 앳 더 글렌에서 발생한 사고의 차량인 인트레피드 RM-1, 이 사고로 토미 켄달은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1991년 버드 앳 더 글렌에서 발생한 사고의 차량인 인트레피드 RM-1, 이 사고로 토미 켄달은 두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됩니다.

1993시즌 IMSA 500km 내구 레이스에서 발생한 초대형 사고. 디 에쎄에서 브렌트 오닐(Brent O'Neil)의 아르고 JM19와 스티브 밀렌(Steve Millen)의 닛산 300ZX와의 사고를 뒤따르던 조니 오코넬(Johnny O'Connell)의 300ZX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면충돌한 사고입니다.

1993시즌 IMSA 500km 내구 레이스에서 발생한 초대형 사고. 디 에쎄에서 브렌트 오닐(Brent O'Neil)의 아르고 JM19와 스티브 밀렌(Steve Millen)의 닛산 300ZX와의 사고를 뒤따르던 조니 오코넬(Johnny O'Connell)의 300ZX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정면충돌한 사고입니다.

나스카 드라이버였던 J.D. 맥더피. 그는 1991년의 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이는 이너 루프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됩니다.

나스카 드라이버였던 J.D. 맥더피. 그는 1991년의 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이는 이너 루프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됩니다.

이너 루프가 건설된 이후, 현재까지 더 글렌은 전술한 대로 여러 가지의 국내/국제적인 레이스가 수 차례 열리면서 숱한 명장면을 남겼는데요. 특히나 나스카에서 진행하는 얼마 안 되는 비오벌 코스(Oval Course, 타원형 코스)이다 보니 나스카 특유의 호전성과 그로 인한 드라이버 간의 배틀, 그리고 흔하지 않은 리어 윙을 달고 경주하는 스톡 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더 글렌에서 일어난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역대 탑 10으로 정리한 영상입니다.

나스카 공식 유튜브에서 제공한 영상입니다. 썸네일만 봐도 얼마나 격렬한 레이싱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스카 공식 유튜브에서 제공한 영상입니다. 썸네일만 봐도 얼마나 격렬한 레이싱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공략: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고난도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