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of British Motor Racing'. 말 그대로 영국의 레이싱의 정수를 집대성한 것 같은 대담한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실버스톤 서킷은 영국에서 치러지는 유일한 포뮬러 원 그랑프리를 도맡고 있는 아주 중요한 서킷입니다. 물론 자체 역사는 세계 최고(最古)의 서킷인 브루클랜즈 서킷보다는 등장이 늦지만 현재로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루클랜즈와는 다르게 현재 진행형으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는 어떠한 사연이 들어 있을지 한 번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레나 그랑프리 서킷. 그 이전까지는 애비(Abbey)에서 좌회전하여 브루클랜즈(Brooklands)까지 진행하는 레이아웃이었죠. 이 레이아웃은 포르자 모터스포츠 5부터, 구 레이아웃은 4까지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실버스톤 서킷은 원래 2차 세계 대전에서 쓰인 왕립 공군 폭격기 전용 활주로를 활용하여 만든 서킷입니다. 이 활주로는 1943년에 RAF 실버스톤(Royal Air Force Silversotne)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운용을 시작한 뒤, 폭격기 파일럿들이 야간 상황에서도 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만 얼마 가지 않아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이 비행장은 급격히 가치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비행장을 그냥 놀려두기엔 아까워하던 사람들에 의해 몰래 이 곳에서 레이스를 진행해 오다가 전문 레이싱 트랙으로 탈바꿈한 사례로 꼽히고 있죠.
영국 노스햄프턴셔(Northhamptonshire)의 실버스톤과 휘틀버리(Whittlebury) 사이에 위치한 실버스톤 서킷. 이 서킷은 원래 폭격기 전용 비행장이었지만, 종전 후 얼마 가지 않아 레이싱 전용 서킷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실버스톤 서킷은 현재 영국 그랑프리의 홈그라운드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중에 실버스톤이 아닌 서킷에서 개최된 적도 있긴 하지만(브랜즈 해치), 영국 그랑프리의 시작과 현재는 엄연히 실버스톤이 당당히 그 자리를 꿰어차고 있습니다. 실제 F1 팬들도 영국 그랑프리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실버스톤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물론 영국 그랑프리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여타 다른 모터스포츠 경기도 실버스톤은 꼭 들르고 있습니다. WEC에서는 1976년부터 꾸준히 실버스톤 4시간 내구 레이스를 개최 중에 있고(과거에는 1000km, 6시간 내구 레이스로 진행하였음), 과거 1980년대에 유행했던 그룹 B 랠리의 후손 격인 랠리크로스 경기도 특설 서킷에서 월드 랠리크로스 오브 그레이트 브리튼(World RX of Great Britain)이라는 이름 하에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모터바이크 레이스인 모토GP도 현재 영국 그랑프리로 성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한 명성에 걸맞게 실버스톤 서킷은 당당히 모터스포츠 역사의 허브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실버스톤 서킷 자체에서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운영 중에 있고 포르쉐가 건설한 핸들링 트랙, 애스턴 마틴이 보유한 테스트 및 기술 개발 센터도 스토(Stowe)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깊은 역사에 걸맞는 헤리티지 센터도 가지고 있으며 조만간에는 힐튼 가든 인 호텔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버스톤은 비행장을 유용한 서킷답게 여러 가지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맨 처음 경기를 치렀던 시절인 1940년대 후반에는 활주로를 두 번에 걸쳐 달리는 식으로 사용되었다가 1950년대에 들어서는 활주로의 바깥쪽을 따라 주행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레이아웃의 기본 틀을 정립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야 우리가 현재 기억하고 있는 레이아웃으로 변화했습니다. 그 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2011년이 되어서 현재 운용 중인 아레나 그랑프리 서킷으로 변경되었죠.
전체 레이아웃 중에서 북쪽과 남쪽의 코스를 따로 떼어 좀 더 작은/특정 경기 전용 경기를 치를 때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각자 북쪽의 내셔널 서킷(National Circuit), 남쪽의 인터내셔널 서킷(International Circuit)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킷들은 각자 지역 레이스 이벤트 혹은 국내 단위의 경기(BTCC와 같이)에서 주로 쓰이고, F1이나 WEC와 같은 국제 규모의 단위가 되면 그랑프리 서킷을 사용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버스톤 서킷의 역사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40년대, 전후 영국은 나치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퍼부은 폭탄 세례 때문에 트랙은 커녕 기반 산업이 남아나지 않는 정도로 황폐화되었습니다. 물론 서킷 자체의 토지는 남아 있었지만 전후 모습 그대로 레이스를 개최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죠. 다만, 전쟁이 끝나고 서킷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버려진 비행장 활주로만은 꽤나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실버스톤 비행장도 그 중 하나였죠.
1947년 9월, 쓸 일이 없어진 실버스톤 비행장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와 이 곳에서 '비공식' 레이스를 치렀습니다. 물론 비공식이라는 말에 맞게 이 레이스는 사전 준비나 계획 없이 그저 여기에서 달리고 싶은 사내들이 몰려와 자신들의 속도 본능을 뽐내보고자 무작정 들이닥쳐 진행한 것이었죠. 이 때 달린 드라이버들은 12명이었고, 아무런 준비 없이 레이스를 하려고 하다 보니 이들은 활주로에 떠도는 양들을 죄다 비행장 바깥으로 내쫓아 버리는 양치기와 같은 일도 도중에 계속 해야만 했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래봤자 바로 활주로로 돌아와버리는 탓에 경기 도중 차에 치어 양이 죽는 일도 발생했다고 하네요. 이 경기는 훗날 머튼 그랑프리(Mutton Grand Prix)라고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해인 1948년, 왕립 자동차 클럽(Royal Automobile Club)은
실버스톤은 2010년 이전 레이아웃으로도 이미 꽤나 난이도 높은 서킷이었으나, 2011년부터 아레나 레이아웃으로 변경된 이후에는 그 난이도가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고속에서부터 과감하게 파고드는 브루클랜즈와 콥스, 스토는 물론 초저속에서 뒷바퀴의 그립과 싸워야 하는 빌리지와 더 루프, 그리고 베일, 중저속에서 드라이버의 배짱을 다시 한 번 시험하는 마고츠와 베케츠까지. 한 마디로 거를 타선이 없는 매우 어려운 코스입니다. 물론 우리들은 이러한 은색 지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를 여기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코너인 애비부터입니다. 여기부터 브레이킹 포인트가 상당히 난감합니다. 실버스톤 전체에 두드러지는 특징인데요, 이 서킷 전체에서 특정 오브젝트를 기준으로 삼아 브레이크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은 각자 설정해 놓은 포인트를 잡아가면서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브레이크를 40%로 아주 살짝만 잡아 둔 뒤 바로 날카롭게 인으로 파고드세요. 그리고 엑셀은 최대한 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비 코너를 그나마 타이밍을 맞춰 주는 것이 왼쪽에 위치한 우회전 표지판입니다. 저 표지판보다 조금 더 진행한 뒤 브레이크를 밟으세요. 강도는 40% 정도가 적당합니다.
선회 타이밍은 M3 GT2가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선회합니다. 물론 차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차량들은 이 곳에서부터 선회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