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레이스웨이 로드 애틀랜타에 잘 오셨습니다. 조지아 주 북동부에 자리한 이 서킷은 2.54마일(약 4.09km)의 길이에 12개의 코너가 있으며, 아마추어 레이스는 물론 프로급 자동차 경주와 오토바이 레이스까지 개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매년 개최되는 10시간 쁘띠 르망 레이스(Petit Le Mans)와 IMSA 웨더테크 스포츠카 챔피언십(IMSA WeatherTech SportsCar Championship), 그리고 포뮬러 드리프트(Formula Drift) 경기가 열리는 것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얼핏 보면 길이도 짧고 레이아웃도 단순해 보여서 정말로 유명한 곳인지 의아해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대신 코너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매우 높고 연속되는 코너의 흐름을 한 번이라도 놓치게 될 시 곧바로 느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어 매우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곳입니다. 이 곳은 과연 여러분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게 될까요? 아니면 무자비하게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게 만들까요? 지금부터 이 서킷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용 로드 애틀랜타의 서킷 전도. 5번과 9번 사이의 타원형 코스는 숏 서킷 레이아웃으로도 사용합니다.
로드 애틀랜타는 1~5번까지의 구불구불하며 고저차가 큰 코너들이 포진해 있으며, 6번과 7번 코너는 드라이버의 욕심을 시험대에 오르게 하는 구간이고 긴 스트레이트 뒤 급격한 브레이킹 뒤 10A와 10B의 직각에 가까운 코너를 공략한 뒤 서킷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2번 코너로 드라이버의 용기를 시험합니다. 이런 코너의 조합은 지금까지의 미국 소재의 서킷과는 사뭇 다른데요. 우선 미국 서킷답지 않게 꽤나 짧습니다. 미국 서킷들은 짧아야 5km가 넘지만, 로드 애틀랜타는 그랑프리 서킷의 레이아웃이 겨우 4km를 넘습니다. 그럴지라도 이 서킷은 난이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짧은 길이에 서킷의 정수를 한데 모아 놓았기 때문에 미국의 여느 서킷과 비교하더라도 지지 않는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로드 애틀랜타를 하늘에서 본 모습. 조지아 주 브라셀턴(Braselton)에 위치하고 있으며, 쁘띠 르망의 주요 무대입니다.
구글 맵으로 표시한 로드 애틀랜타. 조지아 주의 아이콘적 존재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구글 맵으로 표시한 로드 애틀랜타. 조지아 주의 아이콘적 존재로까지 발전했습니다.
레이아웃은 4개가 있습니다. 위의 지도처럼 풀 레이아웃인 그랑프리 서킷, 2~5번 사이의 회색 시케인이 있고 12A 코너로 진행하는 오토바이 서킷과 5번에서 9번으로 질러 가는 숏 서킷, 5~8번 코너만 반복하는 클럽 서킷이 있습니다. 그랑프리 서킷과 클럽 서킷에서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2~4번 코너가 유명하며, 로드 애틀랜타를 빠르게 공략하기 위해선 이 구간을 완벽하게 통과해야만 최적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10B와 11번 사이에 작은 헤어핀이 있는데, 여기에서 드리프트 경기가 열립니다. 그 외에도 고저차의 낙폭이 꽤 크게 때문에 이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차량이나 드라이버나 자신의 차량 성능과 드라이버 본인의 실력을 테스트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서 등장하는 레이아웃은 그랑프리 서킷과 숏 서킷이며, 재미있게도 포르자 모터스포츠 전 시리즈에 등장한 나름대로 유서가 깊은 서킷이기도 합니다(외전격인 모터스포츠 6: 에이펙스에서는 미등장). 그렇기 때문에 포르자 모터스포츠를 구작부터 쭉 즐겨 오신 분들에게는 시리즈 별 서킷의 소소한 변화를 감상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10A~10B 코너를 지나고 있는 차량들. 2011년 촬영되었으며, 선두 차량은 애스턴 마틴 AMR1입니다.
10B~11번 코너 사이에서 치러지는 포뮬러 트리프트 주관의 드리프트 애틀랜타.
10B~11번 코너 사이에서 치러지는 포뮬러 트리프트 주관의 드리프트 애틀랜타.
로드 애틀랜타가 있던 곳은 1969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농경지에 불과했습니다. 이 곳을 세계에서 제일 가는 레이싱 서킷으로 만들기 위해 세 명의 인물이 300헥타르에 이르는 토지를 구입한 것이 로드 애틀랜타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데이비드 슬로이어(David Sloyer), 얼 워커(Earl Walker) 그리고 아서 몽고메리(Arthur Montgomery)가 합심하여 1969년에 구입한 토지에서 약 반년에 걸친 공사로 현재의 로드 애틀랜타 코스가 탄생하게 됩니다. 특이하게 이 코스는 처음부터 현재까지의 레이아웃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건데요. 첫 경기가 열린 1970년부터 지금까지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첫 레이스는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70년 9월이었는데, 이유가 특이합니다. 그 당시 캔암(Can-Am, 캐내디안-아메리칸 챌린지 컵) 레이스를 열어야 하는데, 원래 경기를 열기로 한 트랙(정확히 어디인지는 불명)이 당시 발생한 홍수로 인해 경기를 열 수 없게 되자, 마침 당시 공사 중이던 로드 애틀랜타로 경기 장소를 바꿔 개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원래는 1년 정도 걸릴 예정이었던 트랙 건설이 고작 반 년만에 굴착부터 아스팔트 포장까지 한꺼번에 진행되었습니다.
1970년 9월 13일에 역사적인 로드 애틀랜타에서의 첫 경기가 열렸고, 1등의 영광은 폴 포지션이 빅 엘포드(Vic Elford)가 탄 66번 셰퍼럴(Chaparrel) 2J가, 종합 우승은 토니 딘(Tony Dean)이 탄 포르쉐 908/02가 차지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로드 애틀랜타는 캔암 레이스는 물론 트랜스암(Trans-Am, 트랜스 아메리칸 챔피언십), IMSA 카멜 GT(훗날 IMSA GTO로 발전하며, 카멜은 담배 회사의 그 Camel이 맞습니다)로 유치하는 레이스가 많아지게 되며 나스카 사상 최초의 로드 코스(Road Course, 타원형의 오벌 코스가 아닌 일반 코스)를 1986년에 개최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하게 됩니다.
예선 1위였던 셰퍼럴 2J. 생김새가 범상치 않은데, 저 후미에 달린 팬으로 뒷바퀴 부분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당시로서는 압도적인 1.5G의 다운포스를 생성했습니다.
종합 우승을 거머쥔 포르쉐 908/02.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지닌 모델로, 브랜즈 해치에서 열린 500km 레이스에서 1-2-3피니쉬를, 1000km 뉘르부르크링에서는 1~5위까지 전부 해당 모델로 성적을 도배한, 사기적인 차량이었습니다.
1996년 11월부터 로드 애틀랜타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자 제약 회사의 회장인 돈 파노즈(Don Panoz)가 이 서킷을 사들인 것입니다. 파노즈는 로드 애틀랜타를 기점으로 그가 1989년에 그의 아들 댄(Dan Panoz)과 창립한 파노즈 LLC(Panoz LLC)와 후년인 1997년에 창립한 파노즈 모터스포츠의 본부를 이 서킷이 있는 브라셀턴에 건설하면서 그의 자동차 사업부의 전초기지로 삼게 됩니다. 그는 우선 로드 애틀랜타에 전폭적인 지원을 실시하였는데, 백 스트레이트 후에 10A~10B의 시케인을 설치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로 로드 애틀랜타는 FIA의 기준을 만족하게 되면서 국제 자동차 대회가 유치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트랙 안쪽으로 완전히 새로운 피트와 패독, 그리고 새로이 1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테라스를 설치하면서 국제 경기를 치룰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이후 1998년부터 로드 애틀랜타에 쁘띠 르망이 개최되게 되면서 해당 시즌의 첫 ALMS(American Le Mans Series, 아메리칸 르망 시리즈) 경기를 유치하게 되면서 전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됩니다.
로드 애틀랜타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다 준 파노즈 모터스포츠의 창립자이자 제약회사 회장인 돈 파노즈. 그는 2018년 9월 11일에 83세를 일기로 사망합니다.
파노즈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레이스 카인 에스페란테 GTR-1. 특유의 생김새로 인해 배트모빌(Batmobile)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게임에서는 미드타운 매드니스(Midtown Madness)와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에서 등장합니다.
사실 1998년 쁘띠 르망 시리즈의 첫 경기부터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는데요. 사르트 서킷 때 본 메르세데스 CLR의 공중제비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만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포르쉐라는 것입니다.
1998년 첫 쁘띠 르망에서 일어난 공중제비 사고. 포르쉐 911 GT1이 이번 사고의 주인공이며, 장소는 8~9번 사이입니다.
1998년 첫 쁘띠 르망에서 일어난 공중제비 사고. 포르쉐 911 GT1이 이번 사고의 주인공이며, 장소는 8~9번 사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포르쉐 911 GT1에 공중제비 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26번 넘버를 달고 야닉 달마스(Yannick Dalmas)가 몰고 있던 911 GT1이 앞서 가던 77번 포르쉐 WSC-001을 바짝 붙어 슬립스트림 중에 사르트에서의 메르세데스와 같은 이유로 갑자기 공중으로 떠 버리며 한 바퀴를 돌면서 뒤꽁무니부터 착지, 뒷 부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당시에는 경주차의 에어로다이나믹 기술이 조금 부족한 탓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었습니다. 온전히 혼자 달리는 중에는 공기 저항이 강해서 일어나지 않지만, 슬립스트림을 하는 중에는 앞쪽의 저항이 줄어드니 이 힘이 언덕에서는 양력으로 바뀌면서 차량이 그대로 공중으로 떠 버리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도 다행히 야닉은 문제 없이 탈출에 성공합니다.